철창 너머 피어난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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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 너머 피어난 예술

교도소가 문화예술 공간으로

전남 장흥군 장흥읍 장흥로 98에는 옛 장흥교도소를 새롭게 활용한 문화예술복합공간 빠삐용Zip이 자리하고 있다. 약 40년간 실제 교도소로 운영된 시설이 전시와 체험, 휴식이 어우러진 이색 관광명소로 재탄생한 곳이다.

빠삐용Zip이라는 이름은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하는 ‘빠삐용’과 여러 가능성을 연결한다는 의미의 ‘Zip’을 결합해 만들어졌다. 한때 높은 담장과 철창으로 외부와 단절됐던 장소가 이제는 누구나 드나들며 역사와 문화예술을 경험하는 열린 공간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이름의 의미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빠삐용Zip은 2025년 7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정식 개관했다. 실제 수용자들이 생활했던 공간과 철창, 감시탑 등 교도소의 흔적을 보존하면서 교정시설의 역사와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 및 다양한 체험 공간을 함께 마련했다.

여행자 연방에서 시작하는 관람

관람은 매표소가 있는 여행자 연방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는 수용자 체험복을 대여할 수 있다. 체험복을 입고 높은 담장과 쇠창살이 남아 있는 시설을 둘러보면 일반적인 관광지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교도소 특유의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교도소의 구조와 분위기를 배경으로 이색적인 기념사진을 남길 수도 있다. 다만 이곳의 의미는 옛 시설을 단순히 전시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과거의 흔적 위에 자유와 해방, 예술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더해 공간의 쓰임을 바꿨다는 점이 핵심이다.

기록으로 만나는 장흥교도소

장흥교도소 아카이브는 오랜 기간 교도소로 사용된 공간의 역사와 발자취를 보여주는 전시 공간이다. 옛 장흥교도소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여러 기록 자료를 통해 시설의 지난 시간을 차분히 살펴볼 수 있다.

아카이브 옆 접견실에서는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시대별 교도소 접견실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수용자와 외부인이 제한된 조건에서 마주했던 접견 공간의 변화를 한자리에서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사진과 기록을 보는 관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 사용된 공간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관람객은 교도소의 생활환경과 시설의 역사를 공간 자체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전시관과 달리 장소와 기록이 서로 맞물리며 옛 교도소의 모습을 전달한다.

청사동에서 감옥당으로

옛 청사동은 커피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 감옥당으로 꾸며졌다. 교도소 시설을 둘러본 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과거 행정 기능을 담당했던 건물이 방문객을 위한 휴식 장소로 바뀌었다.

야외 공간에서는 주변에 남은 교도소의 흔적을 바라보며 음료를 마실 수 있다. 계절이 가을에 접어들면 선선한 바람과 따뜻한 커피가 어우러지고, 견고한 시설물과 여유로운 휴식 풍경이 대비되면서 이곳만의 색다른 분위기가 형성된다.

촬영지로 남은 교도소 풍경

빠삐용Zip에서는 영화와 드라마를 비롯한 100여 편의 영상 작품이 촬영됐다. 높은 담장과 긴 복도, 철문과 수용 공간 등 실제 교도소의 구조가 남아 있어 영상 속 교도소 장면을 구현하는 촬영지로 활용됐다.

익숙한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한 교도소 장면이 어떤 공간에서 촬영됐는지 살펴보는 것도 관람의 한 요소다. 화면을 통해 보았던 장면과 실제 시설의 구조를 비교하면 촬영 공간의 특징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교정시설의 변화를 살피다

교정역사전시관에서는 우리나라 교정시설의 역사와 시대에 따라 달라진 시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옛 장흥교도소라는 실제 장소 안에서 관련 전시를 관람하기 때문에 전시 내용과 주변 공간의 연관성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2층에는 교도소 테마관인 ‘브리꼴레르’와 ‘철학자의 방’이 마련돼 있다. 두 공간은 교도소를 단순한 폐쇄시설로만 바라보지 않고 자유와 삶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역사와 문화, 예술을 하나의 동선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빠삐용Zip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보존된 교도소 시설을 확인하는 동시에 공간의 의미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전시가 이어진다.

표현의 공간이 된 글감옥

옛 여성 수용동 건물은 글감옥이라는 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 과거 여성 수용자들이 생활했던 공간에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한때 사람의 자유를 제한했던 공간이 상상과 표현을 위한 장소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빠삐용Zip의 변화가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관람객은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떨어져 자신에게 집중하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좁고 제한적인 공간의 형태는 그대로 남아 있지만 그 안에서 이뤄지는 활동은 과거와 달라졌다. 통제의 장소였던 건물이 글과 그림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공간으로 쓰이면서 자유와 예술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됐다.

옛 수용동에 남은 시간

교도소 수용자들의 생활을 가장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는 곳은 옛 수용동이다. 실제 수용자들이 생활했던 좁은 방과 긴 복도, 굳게 닫힌 철문이 남아 있어 당시 시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복도를 따라 이어지는 철문과 제한된 생활공간에서는 교도소 특유의 긴장감이 전해진다. 장식으로 재현한 세트가 아니라 실제 운영됐던 공간이라는 사실이 관람의 무게를 더한다. 관람객들은 수용 생활이 이뤄졌던 공간의 규모와 구조를 직접 확인하며 자유가 제한된 생활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수용동은 영상 작품의 촬영 공간을 찾아보는 장소이기도 하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았던 장면의 배경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어 교도소의 역사와 촬영지라는 두 가지 성격이 함께 드러난다.

과거를 보존하고 새로운 가치를 더하다

빠삐용Zip은 옛 교도소를 철거하거나 흔적을 지우는 대신 기존 시설을 보존하고 새로운 기능을 더했다. 높은 담장과 쇠창살, 감시탑, 접견실과 수용동은 과거의 역사를 보여주고, 카페와 문화예술 공간 및 체험 시설은 현재의 새로운 쓰임을 담당한다.

과거에는 외부와 단절된 장소였지만 지금은 관람객이 자유롭게 오가며 전시와 체험을 즐기는 공간이 됐다. 자유를 제한하던 시설이 자유와 해방의 의미를 생각하는 문화공간으로 전환된 것이다.

어린이와 함께 방문할 경우에는 실제 교도소의 구조를 살펴보며 범죄의 무서움과 자유의 소중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성인 관람객에게도 교정시설의 역사와 수용 생활, 공간 재생의 의미를 함께 살펴보는 계기가 된다.

장흥 빠삐용Zip은 실제 교도소의 흔적, 교정 역사를 다룬 전시, 문화예술 체험과 촬영지의 특색을 한곳에 담은 관광명소다. 쉽게 들어가 보기 어려운 교도소 내부를 직접 둘러보면서 과거의 공간이 현재의 문화예술 공간으로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장소 정보

장소빠삐용Zip
유형옛 장흥교도소를 활용한 문화예술복합공간
위치전남 장흥군 장흥읍 장흥로 98
주요 공간여행자 연방, 장흥교도소 아카이브, 접견실, 감옥당, 교정역사전시관, 브리꼴레르, 철학자의 방, 글감옥, 옛 수용동
주요 내용교정시설 역사 전시, 옛 수용 공간 관람, 수용자 체험복 대여, 문화예술 체험, 영상 작품 촬영 공간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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