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 춤추는 곡성 제월 섬과 함허정

가을의 고요함과 자연이 어우러진 곡성 제월 섬
전라남도 곡성군 입면에 위치한 제월 섬은 섬진강의 굽이치는 물길이 오랜 세월 쌓아 올린 하중도로, '비 갠 하늘의 밝은 달'이라는 뜻을 가진 제월리 마을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이곳은 은빛 억새와 황금빛 메타세쿼이아 숲이 어우러져 가을이면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냅니다.
제월 섬으로 들어서는 제월 고를 건너는 순간, 도시의 소음은 강물 소리와 억새의 사각거림으로 대체되며, 성인 키만큼 자란 억새밭과 울창한 메타세쿼이아 숲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특히 메타세쿼이아 숲은 과거 묘목 포장지였던 곳을 곡성군이 자연 친화적인 숲으로 조성해 남이섬 못지않은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예술과 자연이 만나는 제월 섬
2022년 섬진강 국제실험예술제의 설치 작품들이 아직도 제월 섬 곳곳에 남아 있어, 예술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간임을 보여줍니다. 이 축제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실험예술축제로, 2020년부터 곡성에서 개최되고 있으며, 동화 정원과 압록유원지 등과 함께 제월 섬에서도 행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섬진강 둔치로 이어지는 억새밭은 강바람에 일렁이며 한 폭의 수채화 같은 가을 풍경을 완성합니다. 현재 제월 섬을 관통하는 자전거도로 공사가 진행 중이며, 내년에는 섬진강 자전거도로가 제월 섬을 우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선비의 정신이 깃든 함허정
제월 섬 산책을 마치고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강 건너 절벽 위에 자리한 함허정을 만날 수 있습니다. 조선 중종 38년(1543년)에 심광형 선생이 건립한 이 정자는 전라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함허'라는 이름은 고요하고 텅 빈 마음으로 대자연을 받아들인다는 깊은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함허정은 소박한 자연석을 주춧돌 삼아 지어진 정자로, 선비의 청빈함과 자연과의 조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정자 마루에 앉으면 비단결 같은 섬진강 물줄기와 제월 섬의 황금빛 숲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방문객들에게 평온한 휴식을 선사합니다.
전통 가옥과 학문의 공간
함허정을 건립한 심광형 선생의 후손들이 거주했던 제호정고택은 조선 후기에 지어진 전통 가옥으로, 자연 친화적인 선비 정신이 깃든 소박하면서도 단정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학문과 사색의 공간인 망서재가 있어 선비들의 학문 연구와 제자 교육의 현장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가을의 절경과 평온함
만추의 계절, 함허정에서 바라보는 섬진강과 제월 섬의 풍경은 물안개와 낙엽, 억새와 갈대가 어우러져 고요하고 아름다운 가을의 절경을 완성합니다. 정자 마루에 앉아 가을바람을 맞으며 대자연의 고요함을 마음속에 담는 경험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진정한 힐링의 순간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