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일의 피아노 인연

여수에서 시작된 두 번의 149일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 대극장에는 서로 다른 시기에 열린 두 신년음악회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하는 특별한 기록이 남아 있다. 2017년 1월 12일과 2022년 1월 20일, 5년의 간격을 두고 열린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임윤찬이 각각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당시 선우예권은 스물일곱 살이었고 임윤찬은 열일곱 살이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음악 세계와 해석으로 여수 관객 앞에 섰다. 서로 다른 해에 마련된 공연이었지만, 두 피아니스트는 예울마루 무대에 오른 날로부터 정확히 149일 뒤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열린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두 공연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훗날 유명해진 연주자가 여수를 방문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같은 공연장과 같은 오케스트라, 동일한 149일이라는 시간 간격, 예울마루와 콩쿠르에서 다시 연주된 협주곡까지 여러 사실이 나란히 놓여 있기 때문이다. 우승을 만들어 낸 원인으로 볼 수는 없지만, 세계 정상에 오르기 전 두 연주자의 협주곡을 여수 관객이 먼저 들었다는 점은 분명한 기록으로 남았다.
선우예권이 연주한 모차르트
2017년 1월 12일 GS칼텍스 예울마루 대극장에서 열린 신년음악회에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함께했다. 선우예권이 이날 선택한 작품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이었다.
예울마루 공연으로부터 149일이 지난 뒤 선우예권은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정상에 올랐다. 그는 콩쿠르 준결선에서도 예울마루에서 들려준 것과 같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연주했다. 한 작품이 여수의 신년음악회와 세계적인 피아노 경연의 준결선을 잇는 연결점이 된 셈이다.
선우예권은 이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 우승자가 됐다. 예울마루 객석에서 그의 모차르트 협주곡을 들었던 관객들은 불과 149일 뒤 같은 작품이 포함된 콩쿠르 무대와 한국인 최초 우승이라는 결과를 마주하게 됐다.
선우예권과 예울마루의 인연은 우승 이전의 한 차례 공연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2019년 제3회 여수음악제 개막 공연을 위해 다시 여수를 찾았으며, 2023년에는 피아노 리사이틀로 예울마루 무대에 올랐다. 신년음악회 협연에서 시작된 만남이 음악제와 독주회로 이어진 것이다.
임윤찬이 들려준 베토벤
두 번째 기록은 2022년 1월 20일 같은 장소에서 이어졌다. 당시 열일곱 살이던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GS칼텍스 예울마루 대극장에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신년음악회 무대에 올랐다. 임윤찬이 연주한 작품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이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149일 후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다시 연주했다. 선우예권이 예울마루와 콩쿠르 준결선에서 같은 모차르트 협주곡을 연주했던 것처럼, 임윤찬도 여수에서 선보인 베토벤 협주곡을 콩쿠르의 결정적인 무대에서 들려줬다.
임윤찬은 이 대회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기록했다. 우승과 함께 청중상과 신작 최고 연주상도 받아 3관왕에 올랐다. 열일곱 살에 여수 무대에서 협연한 연주자가 149일 뒤 대회의 역사와 연결되는 성과를 남긴 것이다.
우승 이후 임윤찬은 세계적인 음반사 데카와 전속 계약을 맺는 등 세계 무대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2022년 예울마루 신년음악회는 정상에 오르기 직전의 임윤찬이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 공연 가운데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두 신년음악회의 공통점
2017년과 2022년 공연에는 149일과 협주곡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두 음악회의 시작을 장식한 곡은 모두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이었다. 지휘자는 서로 달랐지만 두 무대에는 모두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함께했다.
| 구분 | 2017년 공연 | 2022년 공연 |
|---|---|---|
| 공연일 | 2017년 1월 12일 | 2022년 1월 20일 |
| 장소 | GS칼텍스 예울마루 대극장 | GS칼텍스 예울마루 대극장 |
| 협연자 | 선우예권 | 임윤찬 |
| 당시 나이 | 스물일곱 살 | 열일곱 살 |
| 협연곡 |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
| 오케스트라 |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
| 공연 시작곡 | 박쥐 서곡 | 박쥐 서곡 |
| 149일 뒤 기록 |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 |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 |
두 피아니스트는 같은 공연장에서 같은 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각자 예울마루에서 연주했던 협주곡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도 다시 선택했다. 선우예권은 준결선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임윤찬은 결선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
결과 역시 한국 피아노 연주의 중요한 기록으로 이어졌다. 선우예권은 대회 최초의 한국인 우승자가 됐고, 임윤찬은 역대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임윤찬에게는 청중상과 신작 최고 연주상까지 더해졌다. 이처럼 두 공연의 의미는 우승이라는 결과 하나보다, 무대와 연주곡, 오케스트라, 시간 간격이 거듭 맞물렸다는 데 있다.
우승을 만든 무대가 아닌 우승 전의 기록
GS칼텍스 예울마루 공연이 두 피아니스트의 콩쿠르 우승을 만들어 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콩쿠르의 결과는 연주자들의 실력과 준비, 현장에서 펼친 연주를 통해 결정된 것이다. 예울마루의 기록은 그보다 앞선 시점에 여수 시민들이 두 피아니스트의 협주곡을 직접 만났다는 사실에 의미가 있다.
세계 정상에 오른 두 연주자가 우승 149일 전 여수의 같은 무대에 섰다. 이 문장은 2017년과 2022년의 공연을 가장 간결하게 설명한다. 당시 대극장에서는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호흡을 맞췄고, 객석의 관객들은 각 협주곡이 펼쳐지는 과정을 지켜봤다. 시간이 흐른 뒤 두 공연은 각각 콩쿠르 우승과 연결되며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됐다.
선우예권의 무대는 한국인 최초 우승으로, 임윤찬의 무대는 역대 최연소 우승과 3관왕으로 이어졌다. 서로 다른 세대의 두 연주자가 같은 공연장을 거쳐 동일한 기간 뒤 같은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는 사실은 예울마루 공연 기록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2026년 가을 예정 공연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는 2026년 10월에도 음악 공연이 예정돼 있다. 10월 22일에는 소극장에서 시대악기로 듣는 모차르트 가족의 음악 이야기가 열린다. 모차르트 가족의 음악을 시대악기로 만나는 공연이다.
10월 27일 오후 7시 30분에는 대극장에서 다비드 바뱅과 아드리앙 몽도의 피아노 피아노가 관객을 만난다. 이 공연은 라이브 피아노 연주와 디지털 영상이 함께 구성되는 무대다.
- 2026년 10월 22일 GS칼텍스 예울마루 소극장 시대악기로 듣는 모차르트 가족의 음악 이야기
- 2026년 10월 27일 오후 7시 30분 GS칼텍스 예울마루 대극장 다비드 바뱅과 아드리앙 몽도의 피아노 피아노
공연 일정과 내용은 공연장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두 차례 신년음악회가 오랜 시간이 지난 뒤 특별한 기록으로 다시 조명된 것처럼, 예울마루에서는 새로운 연주와 관객의 만남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