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품은 곡성 함허정과 제호정고택 산책

섬진강 따라 만나는 고즈넉한 마을
전라남도 곡성군 입면 제월리에는 섬진강의 푸른 물줄기를 따라 걷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한 마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섬진강의 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정자 함허정과 조선 후기 선비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제호정고택이 나란히 위치해 있습니다. 강물과 바람, 그리고 옛집의 정취가 어우러진 제월리에서의 산책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섬진강 절벽 위의 명승, 함허정
함허정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섬진강의 파노라마 뷰입니다. '함허(涵虛)'라는 이름은 '하늘이 물에 잠겨 있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정자 마루에 앉아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면 푸른 하늘이 강물 속에 녹아든 듯한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 정자는 조선 중종 38년(1543년)에 문사 제호정 심광형이 유림들과 풍류를 즐기기 위해 세운 누정으로, 뛰어난 조망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3년 12월 28일 전남 유형문화유산에서 국가 지정 명승(역사문화경관)으로 승격되었습니다.
특히 함허정은 풍수적으로 '거북이가 용궁으로 들어가는 형상'의 명당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자가 위치한 바위는 거북이의 등으로 여겨지며, 정자 아래 강물 속에는 용이 살았다는 전설의 '용소'가 전해집니다. 방문객들은 거북이 등 위에 올라타 섬진강을 건너는 상상을 하며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호남 8대 정자 중 하나로 꼽히는 함허정은 섬진강의 곡선미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명소입니다. 특히 해 질 녘 노을이 강물에 비칠 때나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 방문하면 절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습니다.
반달 모양 섬진강 품은 제호정고택
함허정에서 고개를 돌리면 국가민속문화유산 제155호로 지정된 제호정고택이 나타납니다. 이 고택은 심광형의 후손들이 대대로 지켜온 소중한 삶의 터전입니다. 사랑채인 '군지촌정사'와 안채, 대문간채가 조화롭게 배치된 전형적인 조선 후기 고택으로, 섬진강 물줄기가 반달처럼 고택을 감싸 안고 흐릅니다.
고택은 멀리 동악산과 무등산까지 시야가 트이는 최고의 명당자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높은 산석 축대 위에 기단을 쌓아 올린 모습과 팔작기와지붕의 곡선은 한옥 건축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현재도 후손들이 실제 거주하며 관리하고 있어 고택 특유의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최근에는 '전유성 인문학당' 등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과 고택 체험 공간으로 활용되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방문 시에는 거주하는 분들을 배려하는 따뜻한 예절이 필요합니다.
여행자를 위한 방문 팁과 동선
제호정고택 앞에는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방문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추천 동선은 제호정고택 관람 후 함허정 조망 산책로를 따라 제월섬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는 코스입니다.
제월섬에서는 섬진강 사이로 우뚝 선 함허정을 바라보는 구도가 사진가들이 꼽는 최고의 스팟으로 손꼽힙니다. 곡성 제월리는 정자에서 풍경을 즐기고 고택에서 선조들의 삶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마을입니다.
섬진강의 여유로움을 온전히 느끼고 싶은 여행자라면 이번 주말 곡성 함허정과 제호정고택으로의 산책을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