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지킨 우정의 집

한 시인의 작품이 오늘까지 전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문학으로 이어진 두 사람의 우정과 원고를 지켜낸 가족의 노력이 있었다. 용강도서관은 2026년 독서의 달을 맞아 윤동주 시인과 정병욱 박사의 이야기를 지역의 역사 공간과 연결해 살펴보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용강도서관에서 만난 두 문인
용강도서관은 2026년 9월 19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우리 지역 문학 탐구 프로그램 시를 품은 집을 진행했다. 윤동주 시인과 정병욱 박사의 만남, 두 사람이 나눈 우정, 윤동주의 시가 보존된 과정을 배우고 관련 체험활동까지 이어가는 시간이었다.
윤동주가 광양을 방문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자필 시집을 지킨 정병욱과 광양의 가옥을 통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지역 역사와 맞닿아 있다. 수업은 인물의 생애를 단순히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학 작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후대에 전해졌는지를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윤동주와 정병욱을 이미 알고 있던 어린이도 있었지만, 두 사람의 이름과 관계를 처음 접해 어려워하는 어린이도 있었다. 강사는 긴 역사 설명 대신 만화를 활용해 핵심 내용을 풀어냈다. 인물과 사건을 그림으로 확인한 어린이들은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집중했고, 장면마다 의견을 나누며 수업에 참여했다.
문학이 맺어준 깊은 우정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정병욱은 17세에 경성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했다. 그곳에서 먼저 공부하고 있던 윤동주를 만났다. 나이 차이는 있었지만 두 사람은 우리 문학을 향한 관심과 열정을 바탕으로 가까운 벗이 됐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중요한 연결고리는 시였다.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일본 유학을 결심했다. 출국을 앞두고 그동안 쓴 작품을 모아 자필 시집 세 부를 마련했다. 한 부는 은사에게, 다른 한 부는 정병욱에게 건넸으며, 나머지 한 부는 자신이 보관했다.
정병욱이 받은 한 부는 단순한 책이 아니었다. 윤동주의 생각과 문학적 열망이 고스란히 담긴 귀중한 원고였다. 두 사람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헤어졌지만, 시대의 상황은 이들에게 평범한 일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마루 밑에서 지켜낸 시집
태평양전쟁의 전세가 일본에 불리해지면서 조선의 많은 청년이 징병됐다. 정병욱도 징병 대상이 됐다. 그는 떠나기 전 윤동주의 자필 시집을 어머니에게 맡기며 일본인들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잘 숨겨달라고 부탁했다.
정병욱의 어머니는 아들이 목숨처럼 귀하게 여긴 원고를 가옥의 마루 밑에 숨겨 지켰다. 오늘날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으로 알려진 공간에 담긴 핵심 이야기다. 위험한 시기를 견딘 원고는 한 가족의 조심스러운 보관 덕분에 사라지지 않았다.
일본에서 유학하던 윤동주는 독립운동 혐의로 체포돼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됐다. 그는 해방을 앞두고 젊은 나이에 옥중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후 징병에서 돌아온 정병욱은 보존된 시집이 출판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윤동주의 작품은 사라지지 않고 후대의 독자들과 만날 수 있게 됐다.
수업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만화 속 장면을 따라가며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고, 왜 정병욱이 시집을 소중히 간직했는지 살펴봤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시대 상황도 인물의 선택을 중심으로 설명되면서 이해의 폭을 넓혔다.
낭송으로 되새긴 윤동주의 시
이야기 수업 뒤에는 윤동주의 서시를 낭송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어린이들은 손을 들고 낭송에 참여했으며, 교실에는 시인의 삶과 작품을 다시 생각해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윤동주의 시집은 시인이 남긴 생각과 마음을 품은 기록이다. 그 원고를 지켜낸 정병욱과 가족의 선택은 한 편의 시가 세대를 건너 전해지는 과정에서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어린이들은 작품 제목을 익히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집이 보존된 배경까지 함께 배웠다.
수업에서는 윤동주의 어린 시절부터 일본 유학과 수감, 죽음에 이르는 생애도 차례로 다뤘다. 문학을 사랑했던 젊은 시인의 삶과 그 작품을 지키려 했던 벗의 이야기가 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가옥 입체 퍼즐에 담긴 이야기
체험활동은 정병욱 가옥을 입체 퍼즐로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강사가 직접 준비한 교구에는 가옥의 모습뿐 아니라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여러 요소가 담겼다. 강사는 교구 제작을 위해 많은 연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입체 퍼즐 곳곳에는 시와 관련된 문구가 배치됐고, 시집을 숨긴 항아리도 표현됐다. 어린이들은 가옥을 조립하면서 숨겨진 요소를 하나씩 찾았다. 이야기로 들었던 마루 밑 원고 보존 과정이 손으로 완성하는 모형 안에서 다시 펼쳐진 셈이다.
어린이들은 작은 부품을 맞추며 가옥의 구조를 완성했다. 교실에서는 서로의 작업을 살피거나 숨겨진 문구를 찾아보는 모습이 이어졌다. 역사와 문학을 만들기 활동으로 연결한 구성은 어린이들이 수업 내용을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왔다.
강사가 준비한 미니 시집도 함께 살펴봤다. 널리 알려진 별 헤는 밤이 원고지에 적힌 형태로 제시돼 작품의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만화와 낭송, 미니 시집, 입체 퍼즐은 서로 다른 활동이었지만 모두 윤동주와 정병욱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광양에 남은 유고 보존 공간
수업에서 다룬 장소는 광양에 있는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이다. 이곳은 윤동주가 자필로 쓴 시집이 보존됐던 정병욱의 가옥으로, 주변에서는 광양의 바다 풍경도 볼 수 있다.
가옥 옆에는 윤동주와 정병욱의 관계를 설명하는 안내물이 마련돼 있다. 방문객은 두 사람이 문학을 통해 우정을 쌓은 과정과 자필 시집이 보존된 배경을 차례로 확인할 수 있다. 가옥 내부도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어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공간과 연결해 살펴볼 수 있다.
가옥의 의미는 오래된 건물 자체에만 있지 않다. 윤동주의 원고를 맡긴 정병욱의 선택, 이를 마루 밑에 숨겨 지킨 가족의 노력, 돌아온 뒤 시집 출판을 추진한 과정이 한 공간에 겹쳐 있다. 정병욱 가옥은 한 사람의 작품이 사라질 위기를 넘어 오늘까지 전해진 과정을 보여주는 문학 현장이다.
현장에서는 가옥의 변천사와 시집 보존 과정도 살펴볼 수 있다. 교실에서 만화로 접한 내용과 입체 퍼즐로 완성한 구조를 실제 가옥에서 확인하면, 두 문인의 이야기가 추상적인 과거가 아니라 지역에 남아 있는 역사로 구체화된다.
정병욱 가옥 문화관광해설 안내
정병욱 가옥에서는 방문객이 공간의 역사와 유고 보존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문화관광해설을 운영한다. 설과 추석 연휴에는 운영하지 않으며, 해설 시간은 오전과 오후로 나뉜다.
| 구분 | 내용 |
|---|---|
| 운영일 | 매일 운영, 설과 추석 연휴 휴무 |
| 오전 해설 | 10시 30분, 11시, 11시 30분 |
| 오후 해설 | 13시 30분, 14시, 14시 30분, 15시, 15시 30분, 16시 |
| 해설 예약 문의 | 정병욱 가옥 문화관광해설 예약 담당 관광안내소 061-797-3333 |
용강도서관의 시를 품은 집 프로그램은 윤동주와 정병욱의 우정을 배우는 수업에서 출발해 시 낭송과 교구 체험, 지역의 실제 문학 공간으로 관심을 넓혔다. 시를 쓴 사람과 그 시를 지킨 사람, 원고를 보존한 가족의 이야기가 어린이들의 배움 속에서 다시 이어진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