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 품은 재동마을과 솔밭섬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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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 품은 재동마을과 솔밭섬의 웃음

백운산 아래 재동마을과 솔밭섬

무더운 여름날, 뙤약볕 아래서 웃음 짓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몸에 쌓이는 열기는 자연스레 사람을 지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광양 옥룡면 백운산 자락에 자리한 재동마을에 들어서면 저절로 미소가 번집니다.

재동마을은 초록이 짙게 물든 여름 시골 한가운데 자리해 있습니다. 마을 담벼락에는 청록색 바탕 위로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아이들의 벽화가 그려져 있어 마을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환하게 밝힙니다. 아이의 눈은 반달처럼 접혀 있고, 손에는 흰 꽃 한 송이가 들려 있습니다. 그 옆으로는 들국화가 피어 있고, 담쟁이 잎이 그림 위로 자연스럽게 드리워져 있어 그림과 실제 꽃이 어우러진 정겨운 풍경을 자아냅니다.

마을을 따라 걷다 보면 벚꽃 잎이 흩날리는 하늘색 벽에 세 식구가 함께 웃고 있는 모습, 단발머리 여인이 파랑새를 품에 안은 채 미소 짓는 모습, 녹색 셔츠를 입은 남자아이가 손바닥 위에 파랑새를 올려놓고 하늘을 바라보며 웃는 모습 등 다양한 웃음의 얼굴들이 이어집니다. 이 벽화들은 마을 인구가 줄어들고 빈집이 늘어나는 가운데서도 주민들이 담벼락에 새롭게 웃음을 그려 넣으며 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벽화뿐만 아니라 마을 곳곳에는 주민들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보입니다. 화분 위에 놓인 작은 돌 하나, 지붕 가까이까지 뻗은 포도 덩굴과 알알이 매달린 포도송이, 그리고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된 마을 어귀의 큰 느티나무가 그 예입니다. 이처럼 재동마을은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간임을 느끼게 합니다.

솔밭섬, 태풍이 남긴 자연의 선물

재동마을에서 사곡로를 따라 조금 내려가면 무궁화 울타리가 길게 이어지고, 그 끝에 다리를 건너면 솔밭섬이 나타납니다. 솔밭섬은 소나무 숲이 중심을 이루는 하천 섬으로, 2002년 태풍 루사가 지나간 자리에 자연적으로 형성되었습니다. 광양시 옥룡면 산남리 일대의 물길이 흙과 모래를 쌓아 만든 이 섬은 2008년 생태적으로 복원되어 도시숲으로 조성되었으며, 면적은 5만㎡가 넘습니다.

숲 초입에는 파란색 공중전화 부스가 서 있는데, 전화기 대신 여러 권의 책이 꽂혀 있어 ‘작은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사람들의 통화가 끊긴 자리에 책을 나누는 새로운 소통의 장이 되었습니다. 솔밭섬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데, 봄에는 장미와 벚꽃, 여름에는 수국, 가을에는 꽃무릇, 겨울에는 동백이 소나무 사이를 채웁니다.

2025년 산림청이 선정한 모범도시숲으로 이름을 올린 솔밭섬은 옥룡면 주민들이 직접 숲을 가꾸고 지켜온 결과입니다. 2026년에는 시설물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며, 이는 이 공간이 완성된 곳이 아니라 꾸준히 손질되고 변화하는 숲임을 보여줍니다.

마을과 숲, 그리고 사람의 손길

재동마을 담벼락의 웃는 아이들과 태풍이 남긴 자리에서 자라난 솔밭섬 숲은 한 마을 안에 공존합니다. 사람의 발길이 줄어드는 마을에 웃음을 그려 넣고, 재해가 할퀴고 간 자리에 숲을 가꾸는 일은 모두 무언가를 잃은 자리에서 새로운 것을 세우는 정성의 표현입니다.

벽화의 물감은 시간이 지나면 바래고 숲의 나무도 계절이 바뀌면 잎을 떨구지만, 누군가는 화분 위에 돌을 올리고 숲의 낡은 시설물을 고치며 이 공간들을 지켜갑니다. 여름 여행은 대개 시원한 곳을 찾아 떠나는 일이지만, 재동마을과 솔밭섬에서의 걸음은 사람과 자연이 함께 만들어가는 따뜻한 손길을 기억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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