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구 화남산업, 기억의 벽화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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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천년의 도시와 잊혀진 공장

전라도의 중심지로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나주는 천년을 이어온 도시입니다. 이곳에는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다양한 유적들이 남아 있는데, 그중에서도 일제강점기 시절 세워진 ‘구 화남산업’ 공장은 무거운 역사적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군수공장, 구 화남산업의 역사

1916년 일본인 다케나카 신타로가 나주에 정착해 2,700평 규모의 대형 통조림 공장을 세웠습니다. 이 공장은 주로 군용 쇠고기 통조림을 생산했으며, 태평양전쟁 당시에는 하루에 400마리의 소가 도축될 정도로 전쟁 물자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공장 앞 재신천은 당시 피로 물들었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전쟁 기간 동안 1,200명에 달하는 일본군이 공장에 주둔하며 밤낮없이 가동되었고, 이곳은 전쟁의 한복판에서 숨 가쁘게 돌아갔던 공간이었습니다.

예술로 승화된 역사, 벽화와 설치미술

2023년, 폐공장 외벽에 그려진 벽화는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베트남 작가 하이뚜가 영산강국제설치미술제에 참여해 그린 이 작품은 전쟁의 피해자인 소들을 위로하는 그림으로, 슬픔을 머금은 소의 눈과 소나무, 달, 구름의 이미지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과거 전투식량을 생산하던 이곳은 이제 예술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미술제 기간에는 창고에서 다양한 전시작품이 설치되기도 했습니다.

나주 곰탕과의 뜻깊은 연결고리

흥미로운 점은 나주의 대표 음식인 곰탕이 이 공장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공장에서 나온 소의 부산물이 일하던 주민들에게 지급되었고, 이 재료로 끓인 곰탕이 오일장에서 판매되면서 나주 곰탕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단순한 지역 음식이 아닌, 역사와 주민들의 삶이 녹아든 음식임을 알 수 있습니다.

광복 이후 변화와 지역 산업의 중심

광복 후에는 ‘대동식품공업사’로 이름을 바꾸어 복숭아 통조림을 생산했고, 월남전쟁 시기에는 파병 군인을 위한 김치 통조림도 만들었습니다. 이후에도 호남 지역 농산물 가공을 통해 지역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왔습니다.

문화공간으로의 재탄생 기대

구 화남산업 공장은 나주 동부길 탐방 코스의 일부로, (구)금남금융조합, 금성교, (구)나주역, 나주오일장 등과 함께 5km 코스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조용히 잠들어 있지만, 나주시는 이곳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단순한 산업 유산을 넘어, 역사와 기억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이곳의 미래가 주목됩니다.

나주 구 화남산업, 기억의 벽화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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